
사실 WF-1000XM4는 출시된지 꽤 되었다. 그동안 나는 계속해서 WF-1000XM3를 사용하고 있었고, 후기까지 작성했었다. 소니가 이번 이어폰에도 언젠가 보상판매를 하겠지 하고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결국 적당한 할인을 할 때 참지 못하고 새로 사버리고 말았다. 애초부터 더이상 소니의 클리어베이스 없이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간단하게 3에서 4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내용은 대부분 XM3과의 비교이므로, XM3이 어땠는지는 위의 글을 참조하면 될 것 같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내용은 XM3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도 될 것 같다.
- 이어폰 유닛의 형태 변화. 이건 장점이라고 해야할지 단점이라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전에 비해서 귀 밖으로 툭 튀어나오는게 없고, 귓바퀴 안쪽으로 꽉 차게 들어가는 디자인이 된 덕분에 귀에서 잘 빠지지는 않지만, 처음 며칠 동안에는 귓바퀴의 아래쪽 (귀에 꽂고 나서 갈색 악센트가 있는 위치) 가 아팠기 때문이다. 다행히 며칠만 그랬고 그 뒤로는 괜찮아졌지만, 사람에 귀 모양에 따라 형태가 잘 맞지 않는다면 이런 통증이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가급적이면 조금 착용해보고 나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 기본 이어팁 변화. XM3의 이어팁은 기존의 다른 소니의 저렴한 이어폰들과 동일한 얇은 실리콘 재질이었는데, 이번것부터는 폼팁이라고 부르는, 부드러운 스펀지 같은 재질로 바뀌었다. 지난 XM3을 사용할 때 기본 이어팁이 아니라 Comply에서 내놓은 메모리 폼 팁을 사용했다. (지금 링크를 걸려고 보니 XM4와도 호환이 되는 모양이다) 분명히 실리콘보다는 확실히 차음이 잘 되는 것은 맞지만 그에 비해 귀에 넣기 전에 손으로 열심히 주물러 준 다음 귀 안에서 다시 부풀어 오르면서 밀폐를 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착용할 때 조금 귀찮았었다. 특히 이미 귀에 들어갔다가 잘못 꽂은 것 같아 빼고 다시 끼우려고 하면 이미 열 때문에 부푸는 속도가 빨라져서 다시 제대로 끼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흔히 생각하는 주황색 3M 이어플러그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에 소니에서 기본으로 넣어준 폼팁은 Comply와 비슷할 정도로 차폐가 잘 되고, 부피 변화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냥 부담없이 쏙 넣으면 바로 잘 고정된다. 별로 큰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덕분에 잘 쓰고 있다.
- 노이즈캔슬링 성능 향상. 사실 이번에 구입하면서 제일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노캔 자체가 이전에도 꽤 괜찮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정도 하겠지 하고 지레짐작하고 넘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내가 기억하는 XM3보다 노이즈캔슬링이 훨씬 잘 되는 것 같다. 특히 전철에서는 저음의 전철 소음 뿐 아니라 이제 안내방송 소리까지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다.
- 작아진 케이스와 무선 충전. 정말 XM3에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다. 그렇게 케이스가 크면서 왜 무선충전은 안 되는가. 이번에는 케이스 크기가 더 작아졌는데 무선충전이 지원되기 때문에, 이제 충전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주머니에 넣을때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뒤의 포트는 USB-C이므로 이것 역시 사용할 수 있다. 에어팟 프로와 부피는 비슷하거나 살짝 더 크고, 길이는 비슷하나 너비와 깊이 등이 살짝 더 큰 수준이다.
- 측면 터치 면적 증가. XM3은 전체 유닛 중에서 동그란 터치 패널 부분에서만 터치를 인식했기 때문에 재생/정지 등을 할 때 꽤 신경을 써서 두드려야 했는데, 이번에는 귀 밖으로 드러나는 표면 거의 전체가 터치 영역이라서 대충 터치해도 잘 인식된다. 이와 관련한 소소한 변화 중 하나로 터치 시의 효과음의 크기가 줄어들고 더 부드러운 소리로 바뀌었는데, 듣던 것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좋지만 가끔 피드백이 재생중인 내용에 묻힐 때도 있다.
- 생활방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기능과는 상관 없지만) 환경 친화적 포장. 굉장히 포장이 간소화되었고, 비닐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대부분 종이 재질로 변했다. 종이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구성품은 다 있고 정돈 역시 깔끔하게 잘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런 포장 변화는 대환영이다.

한마디로 이 제품에 대해서 평가를 하자면 “지금까지는 프로토타입이었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XM3이 그 이전 세대에 비해서 확실히 많은 발전을 한 것은 맞고, 소니의 우수한 음질과 노이즈캔슬링 성능이 좋은것도 사실이지만,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다른 제품들에 비해 편의성 면에서 많이 부족했었던 것도 분명했다. 드디어 XM4로 오면서 케이스 크기가 작아지고, 무선충전이 가능해지는 등 편의성 면을 신경썼다는 점에서 이제야 제대로 된 기기가 출시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리뷰의 마지막에서 내가 음질 하나 때문에 다른 모든 편의성을 포기하고 소니를 붙잡고 있는데 그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내용을 썼는데, 이번 제품 덕분에 그럴 일은 다행히 없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제 마지막 남은 불편사항은 통화품질 정도인 것 같은데, 다른 대부분의 편의성을 잘 따라잡았으니 만약 XM5가 나온다면 통화품질의 개선을 기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