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블루투스 ANC 완전 무선 이어폰, WF-1000XM3의 7달 사용 후기

작년 1월, 나는 WH-1000XM3(이하 WH)를 구입했고, 2월에는 3주간 사용한 후기를 이 블로그에 올렸다. 그리고 작년8월, 헤드폰을 팔고 WF-1000XM3(이하 WF)를 구입했다. 헤드폰의 성능 면에서는 큰 불만이 있지 않았지만, 헤어스타일 문제로 헤드폰을 그렇게 자주 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리 스타일과 관계없이 착용 가능한 ANC 지원 기기라는 점은 나에게 충분한 교체 사유였다. 구입하고 곧장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약간 미루었더니 Airpods Pro(이하 에어팟 프로)가 발매되었다. 발매 이후 친구들이 구매한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여 비교한 다음, 필요한 부분에서 조금씩 비교해가며 후기를 작성하고자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초창기에 불편한 점이 업데이트 등으로 해소된 점도 있고, 이는 후기에 반영되어 있다.

장점들.

  1. 완전 무선 이어폰. 싸게는 가성비 이어폰부터 대중적으로는 에어팟까지 이미 완전 무선 이어폰이 어느정도 대중화되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선 무선 이어폰이라는 점은 가장 큰 특징이자 언급해야 할 장점이라고 본다. 특히 나는 이번 이어폰이 첫 완전 무선 이어폰이었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왔다. 완전 무선 이어폰 자체에 대한 장단점 혹은 의견들은 종류에 관계없이 비슷하므로, 자세하게 언급하진 않겠다.
  2. 노이즈 캔슬링.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WH와 직접 비교하면 부족한 편이 맞다. 소니가 좀 더 잘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애초에 귀를 덮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도 생각한다. 이번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켜자마자 바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고, 노이즈 캔슬링 된 이어폰으로 듣다가 이어폰을 빼면 노이즈캔슬링이 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정도다. 소니가 이번 제품의 홍보 포인트를 비행기 등에서의 압도적인 캔슬링보다는 지하철 등의 일상 생활에서 더 작은 볼륨으로 귀를 아끼면서 음악을 듣자는 점으로 잡았는데, 홍보할 특징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 조금 더 작은 볼륨으로도 음악을 풍부하게 잘 들을 수 있다. 에어팟 프로와는 성능상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된다.
  3. ClearBass. 이전 WH 후기에서 언급한 바로 그 내용이다. 물론 헤드폰보다 드라이버가 작기 때문에 그만큼의 강력한 저음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저음이 강력해지는 것은 맞다. 내가 저음이 강조되는 음색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지 않는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learBass가 아니더라도 각종 이퀄라이저 기능이 소니 헤드폰 앱에 내장되어 있고, 이를 설정한 뒤 앱이 설치되지 않은 다른 기기에 연결해도 이퀄라이저 설정이 계속유지되므로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4. USB-C. 역시 WH와 마찬가지이다. 덕분에 나는 이제 가지고 다니는 기기에서 Micro-USB를 완전히 없애버릴 수 있게 되었다!
  5. 편리한 기기간 전환. WH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부분이다. WH는 무조건 페어링 모드로 진입해야만 다른 기기에서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었는데, WF는 다른 기기에 연결된 상태에서도 블루투스 연결을 시도하면 해당 기기로 전환된다. 에어팟을 비롯한 애플 무선 이어폰들의 전환과 거의 같은 방식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애플 이어폰은 소리 출력 장치 선택 화면에서 바로 전환을 할 수 있는 반면, WF는 블루투스 장치에서 연결을 시도해야 한다. 사실 당연히 안 될 줄 알고 시도도 안 하고 있었는데, 실수로 이것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다만 이것은 iOS13부터 제어 센터에서 블루투스 기기 목록을 열 수 있게 되어서 편리해진 것으로, 그 이전 OS를 사용중이거나, 이런 방식의 블루투스 전환이 가능하지 않다면 결정적인 장점은 아니다. (아래 사진 참고)
  6. 측면 터치 버튼 기능 설정. 출시 초기엔 없던 기능이지만 몇 달 뒤 배포된 업데이트로 생긴 기능이다. 특히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덕분에 터치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높이는 것은 짧은 터치로(많이 올리려면 여러번 두드리면 된다), 낮추는 것은 긴 터치로(많이 낮추려면 터치한 채로 기다리면 된다) 할 수 있다. 에어팟 프로에는 현재까지는 없는 기능이다.
애플의 W1칩이 내장된 Powerbeats3는 소리 출력 장치에서 다른 기기에 연결되어 있을 때 바로 전환할 수 있다. 일반 블루투스 기기인 WF-1000XM3는 무조건 제어센터를 열어 블루투스 기기 목록에서 전환해주어야 한다.

단점들.

  1. 여전히 조금 불안한 연결. 나는 이전에 소니의 완전 무선 이어폰을 써보지 않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대부분의 평은 연결 안정성이 정말 심각해서, 방에서나 써야 할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이어폰은 사람이 가득한 전철 안에서도 크게 끊기지 않고 잘 들린다. 안정성을 위해 음질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고음부가 가끔씩 먹먹하게 들린다) 우선 꽤나 안정적인 모습이다. 다만 간간히 오른쪽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던가, 기기 전환을 한 후 터치 버튼을 통한 재생 제어와 이어폰을 뺄 때 자동 일시정지가 안 되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있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이런 현상들은 모두 케이스에 이어폰을 넣었다가 다시 꺼내야만 원상복구되기에 꽤나 귀찮다.
  2. 형편없는 통화품질. 에어팟 프로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오는 단점이다. 통화품질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연히 이어폰으로 Siri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정확도가 별로다. 결국 나는 전화가 올 때마다 이어폰을 뽑아서 케이스에 넣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3. 방수 미지원. 운동할 때, 비 올때 못 쓴다. 등급은 바라지도 않고 생활방수 정도만 되었어도 좋았으련만,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4. 멀티 페어링 불가. WH때도 마찬가지로 지적했던 사항이다. 통화와 미디어 연결 프로토콜을 각각 따로 연결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많을텐데, 여전히 단일 기기에만 연결되고 전환만 가능하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다만 WH보다 전환이 훨씬 쉬워져서 WH때만큼 아주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5. 팁 선정의 불편함. 노이즈캔슬링의 가장 필수적인 역할 중 하나인 이어팁 밀착이 에어팟 프로 쪽이 훨씬 잘 된다. WF는 밀착력은 에어팟 프로에 비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딱 맞는 이어팁을 찾는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행이라면 제품 안에 다양한 사이즈와 재질의 이어팁을 제공한다는 점이지만, 여러번 시도해서 귀에 잘 고정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불편함으로 남는다.
  6. 큰 케이스. 에어팟은 말할 것도 없고, 에어팟 프로나 갤럭시 버즈와 비교해도 여전히 케이스가 크다. 파워비츠 프로보다는 작은게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7. 무선충전 미지원. 파워비츠 프로가 어마어마한 케이스 크기에도 무선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단점으로 여러 리뷰에서 간간히 꼽혔는데,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8. 상처가 잘 나는 소재, 많지 않은 케이스. 검은색 케이스를 기준으로 뚜껑에 해당하는 금색 부분이 스크래치에 매우 약하다. 열쇠나 동전, 지갑의 금속 부분에 조금 긁히면 바로 상처가 나고, 신경도 많이 쓰인다(몸통인 검은색 부분은 상처가 크게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에어팟이나 갤럭시 버즈처럼 대세(?) 이어폰이 아니기 때문에, 케이스도 가장 기본적인 실리콘 케이스 뿐이고, 예쁜 디자인이나 캐릭터 케이스 등은 기대해서도 안된다.
에어팟(프로 아님), WF-1000XM3, 파워비츠 프로의 케이스 크기비교.

에어팟은 그 대중성에 비해서 소리의 품질 면에서는 모두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애플은 기본 설정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추가적인 세부 이퀄라이저 설정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이퀄라이저를 고집하여 듣는 사람에게는 별로 추천할만한 제품이 아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니의 ClearBass 때문에 소니의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에어팟 프로와 비교했을 때, 소니의 WF가 가지는 장점이 그것 뿐이라는게 문제다. 만약 음악을 자신이 원하는 음색으로 듣는것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라면, WF를 살 이유가 없다. 그냥 훨씬 더 편리한 에어팟 프로를 사면 된다. 심지어 안드로이드에서도 연결 편리성을 제외하면 무선 충전, 노이즈 캔슬링, 통화품질 등의 장점이 살아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단점이라고 꼽은 것들은 애플에서 자체 개발한 iOS 기기간 쉽고 간편한 기기 전환을 제외하면 대부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본다. 소니가 언제까지고 이퀄라이저와 음색만으로 고객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회사로 남아있지는 않기를 바란다. 당장 에어팟 프로를 살 생각이 없는 나도, 다음 세대의 경쟁에서 편리성이 지금보다 더 차이가 난다면 음색을 포기하고 편리성을 택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후기에서 다루지 않은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배터리이다. 직접적인 배터리 성능은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언급을 하지 않은 첫 이유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내가 뭐라 섣불리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 이어폰은 왼쪽 유닛이 오른쪽보다 조금 더 배터리가 빨리 닳고 있다. 이어폰이 한쪽에서만 소리가 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쪽이 오른쪽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왼쪽 유닛이 뭔가 페어링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도 들고, 이 때문에 배터리가 닳는 속도에 차이가 나기 시작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아직 한번도 수리를 맡긴 적이 없어 에어팟처럼 배터리가 아예 분리 불가능하여 무조건 교환을 해야하는지도 아직 확실치 않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사를 좀 더 하고 배터리 등을 이유로 수리를 맡겨본 다음, 뭔가 알아낸 것이 있다면 그 때 후기에 내용을 추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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