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macOS용 기계식 키보드이다! (절망편)

나는 87키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한다. 지금 와서 다시 멤브레인 키보드나, 사무용으로 나온 저렴한 키보드를 사용하려고 하면 일부 키들의 배열과 모양이 달라 힘들뿐더러(대표적으로 ⌟ 모양의 엔터 키) 키압 등의 문제로 손이 금방 피로해진다.

그리고 나는 현재 맥북을 사용 중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소수에 속한다. (그런데 의외로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다) 그리고 macOS를 위해 만들어진 맥북 키보드는 일반 윈도우와 배열이 조금 다르다. (Ctrl Windows Alt / control option command)

여러 OS를 지원하는 로지텍의 블루투스 키보드 K380. Windows와 macOS 두 OS의 서로 다른 배열에 모두 대응하기 위해 인쇄가 두 종류로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집에서 오랫동안 타이핑을 할 때 macOS용으로 만들어진 기계식 키보드를 찾게 되었다. 새로 나온 맥북들은 키보드가 매우 얇아져서 타이핑이 심심해지기도 했고, 집에선 모니터도 따로 붙여서 쓰니 키보드를 따로 사용하는 편이 좋으니까 말이다.

꽤 오랫동안 관련하여 검색을 했고, 그 절망적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처음부터 macOS용으로 만들어진 키보드가 있는가?

일단 있다. 아마존에도 mechanical keyboard mac 이라고 검색하면 몇몇 모델이 나온다. 하지만 디자인도 게이밍 키보드에 가까운 것들이 대부분이고, 들여오기도 힘들다. 국내에서는 Varmilo에서 만든 VA87Mac 이라는 키보드가 있다(87키 모델이며, 108키 모델 Va108Mac도 있다). 이 모델에 대해 알아본 바는 다음과 같다.

  • macOS용으로 디자인되어있기 때문에 통일된 디자인의 키캡을 사용할 수 있다. 측각으로 윈도우에 대응하는 키가 적혀 있는데, 단순한 키 치환이 아니라 배열까지 바꿔준다. 옵션 키들의 배열 차이가 은근히 거슬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매우 요긴한 기능이다. 다만 최근의 애플 키보드에는 옵션 버튼에 아이콘을 넣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아직 command 키에만 아이콘이 있다. 이 직전 세대의 애플의 각인을 그대로 사용한 듯.
  • 키보드 LED 라이팅이 macOS 자체의 키보드 밝기조절 버튼으로 조절가능하다. 다만 키캡 사이로 LED 빛이 들어오는게 아니라 키 사이로만 빛나기 때문에, 어두운 데서 쓰기 보다는 하나의 인테리어적 옵션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
  • 색상이 하나 뿐이다. 87키도 108키도 모두 순백색이다. 윈도우용 제품이 다양한 색상을 지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심각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하다못해 검은색이라도 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 축 역시 다양하지 않다. 옵션 상으로는 청축 갈축 적축 총 세종류가 있다고는 하는데, 키보드 별로 몇몇개는 품절이다. 다나와에서도 가격비교 중지 등으로 나오는 걸로 보아 별로 다시 생산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블루투스로 사용가능한 맥용 기계식 키보드가 해외에서 펀딩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직접 써본 다른 사람의 리뷰로 대체하겠다. (별로 이쪽도 좋은 평을 하지는 않는 듯하다) Keychron K1 맥용 블루투스 LP 기계식 키보드

그럼 키캡을 갈아끼울 수는 없을까?

윈도우용으로 나온 기계식 키보드로 눈을 돌리면 옵션은 훨씬 넓어진다. 당장 위에서 언급한 대로 Varmilo는 윈도우용 기계식 키보드에 훨씬 더 많은 옵션이 있고, Leopold 역시 윈도우용 기계식 키보드만 생산한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나열해봤자 의미도 없으니 취향껏 잘 찾아보면 되겠다.

뿐만 아니라, 옵션 키들의 배열 역시 Karabiner 로 해결할 수 있다! 보통 이 앱은 기계식 키보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오른쪽 command 키를 한/영 키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유명했다. 이전에는 Caps lock 의 LED가 정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버그가 있었지만 업데이트로 해결되었고, 바꿀 수 있는 키 선택지도 상당히 많다.

현재 내가 Karabiner를 통해 바꾼 옵션 키들. 맨 위 사진의 로지텍 키보드처럼 Windows와 macOS에서의 키 배열을 다르게 하고 싶다면, 하드웨어 스위치는 모두 윈도우 기준으로 두고 macOS에서 위와 같이 설정해두면 된다.

그럼 소프트웨어적으로 인식시키는 건 쉬우니, 기계식 키보드를 사서 옵션 키들만 키캡을 갈아끼워주면 된다! 만세!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문제는 키캡도 생산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자신이 키캡의 통일성 같은건 별로 신경 안 쓰고, 키의 모양만 command이면 상관없다고 하면, Aliexpress에 mac keycap 으로 검색하면 옵션 키들만 따로 판매하는 판매처가 많으니 이쪽을 이용하면 된다.

문제는 통일성을 고려할 때다. 모든 키캡이 포함된 세트를 구입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Aliexpress에 mac keycap을 직접 검색해봤다면 무려 단 하나의(!) 전체 키캡 세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이다.

Leopold FC 750R PD에 해당 키캡을 적용한 모습.

사진을 보자마자 모두가 만족할만한 키캡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일하게 있는 옵션이 투톤 구성에 측면 각인(일명 측각)이며, macOS용 키캡은 Option과 Command 키 두개만 여분을 주는 방식이어서 PrtSrc, Scroll Lock, Backspace, Enter 등 윈도우용 키보드라는 느낌을 여전히 주고 있다. 지금 나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이 제품을 쓰고 있지만, 남에게 잠깐 타이핑을 부탁할 때도 골치아프고, 여러모로 임시로나마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된 이상, 커스텀으로 간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요약하면, 시중에서 파는 일반 키캡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이다. 하지만 커스텀 키캡으로 눈을 돌리면 가능성이 있다. 커스텀 키보드 전문 업체 wasd Keyboards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에서는 사전에 제공되는 레이아웃으로 macOS용을 제공하지만, 역시 최근의 애플 키보드처럼 모든 옵션 키들에 기호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기왕 완벽함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Mac용 레이아웃을 적용한 모습. 매우 그럴듯하다!

새로 디자인된 macOS용 키보드 레이아웃 제공할 의사가 있는지 문의를 보내보았더니, 언젠가는 업데이트 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썬 당장 할 계획은 없고, 필요하다면 완전 커스텀 오더 방식을 통해 키캡을 인쇄할 수 있다고 한다.

2월에 주고받았던 문의 메일.

물론 대신 가격은 많이 오른다. 예를 들어, 위의 레이아웃에서 fn키들의 미디어 아이콘을 포기하고 하단 7개 키(control, option, command, fn) 만 변경한다고 하면 $15+배송비 이고, 가운데 알파벳을 제외한 modifier keys set(45개)는 $60+배송비, 전체 키캡 디자인은 $80+배송비 이다. (각각 키캡값 $30,$50에 디자인 비용 $30)

키보드 사는데만 십만원이 넘는 돈을 썼는데 키캡에 다시 10만원 정도를 투자하기엔 너무 부담이 커서 가격만 알아보고 결국 사지 않았다.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에 완벽한 macOS용 키캡을 끼울 수 있는 (현재로써) 유일한 방법이기에 여유가 생기면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처음부터 macOS용으로 출시된 키보드는 매우 한정적이고, 교체용 키캡 중 macOS용 각인이 제대로 지원되는 것은 없다시피하며, 완벽한 통일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Karabiner를 설치한 뒤 커스텀 키캡을 이용하는 것 뿐이다. 나의 이 길었던 검색과 조사의 여정이 macOS로 기계식 키보드를 쓰고 있는, 쓰려는 모든 유저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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